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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버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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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9-06-04 12:39 조회1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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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기록조차 없이 살아온 어쩌면 12살 소년 '자인'의 이야기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어수선한 법정을 채우는 자인의 목소리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를 낳아준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이 감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12살 자인은 살고 있는 동네 시장의 작은 수퍼마켓에서 배달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돕는다.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 한 채, 남루하고 앙상한 어깨로 무거운 생필품을 나르며 받은 먹을거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 자인에게 ‘내일’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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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운명을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일이 어른이 된 나에게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아 매 번 낯선데, 자인은 그걸 해내고 있다. 한 사람이 자기에도 좁은 방에서 한 두 살 아래의 또래부터 아직 걷지도 못하는 동생들까지 한데 엉켜 잠들고, 아침이면 다시 무거운 짐을 옮기러 시장으로 나온다. 노동의 대가로 얻은 약간의 먹거리가 자인 가족의 주식. 어린 자인까지 힘든 노동을 이어가도 나아지지 않는 가족의 사정.        

 

자인이 짐을 나르며 식료품을 받아오는 수퍼마켓의 주인은 자인의 여동생 ‘사하르’의 초경이 시작되기 만을 기다리며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고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부모님은 자인이 수퍼마켓 주인에게 좀 더 상냥하게 굴 것을 요구한다. 자인은 그런 부모님을 이해할 수 없다. 사하르의 생리 시작을 알게 된 자인은 이 사실을 어떻게든 부모님에게 숨기고만 싶다. 사하르와 있을 때는 웃기도 하고 숨통이 트이던 자인에게 불안의 지옥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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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의 작은 몸으로 막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사하르가 수퍼마켓 주인에게 팔려가다 시피 시집 보내져버린 후 절망한 자인은 목적지 없이 집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가다 내린 곳의 작은 놀이공원, 그곳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식당일을 하고 있는 라힐과 그녀의 딸 요나스를 만나게 된다. 며칠 째 갈 곳 없이 놀이공원 근처를 맴도는 자인을 지켜보던 라힐은 자신이 지내는 작은 집으로 자인을 데리고 간다. 상처 받은 세 사람의 평화도 잠시, 라힐은 요나스를 맡기고 일을 나갔다가 불법체류 심사국에 체포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감옥에 가게 된다. 라힐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를 알 리 없는 자인은 돌봄을 받아야 하는 나이에 요나스를 보살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잔인 할 만큼 무거운 생애가 너무도 지난하게 이어진다.

 

 

 자인은 요나스와 함게 라힐을 찾기 위해 떠난 길 위에서 만난 업자에게 신분을 증명할 증서를 가져오면 좋은 곳으로 보내주겠다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말을 듣게 된다. 증서를 찾기 위해 잠시 들른 집에서 사하르의 죽음을 전해 듣는다. 임신 후 하혈을 했고, 신분증명이 어려워 제 때 치료를 받지 못 해 자인과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 한 채 떠나버린 것. 자인은 그 길로 상점 주인을 찾아가 칼로 상처 입힌 후 소년감옥에 수감된다. 자인의 소식을 듣고 면회를 온 엄마에게서 “신은 하나를 가져가면 다른 하나를 주신다.”는 말과 함께 임신소식을 전해 듣는다. 자신을 포함해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지키지 못 한 부모가 또 아이를 임신 했다는 무책임한 소식에 자인은 분노한다. 부보님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 달라고 부모를 고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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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갈릴리 호수 북쪽 끝 바닷가에 있던 작은 마을 가버나움. 예수의 제2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 가난한 자, 약한 자를 위하여 수많은 기적을 베풀었던 땅. 문둥병을 치료하고 중풍환자를 낫게 하고, 장님을 눈뜨게 했던 곳. 이 모든 기적들이 행해졌지만, 많은 이들이 회개하고 믿지 않아 성읍의 몰락이 있을 것이라는 예수의 예언과 함께 6세기에 퇴락하여 결국엔 사람이 살지 않게 된 땅.

 

 

세상에 태어난 일도, 가난한 부모를 만난 것도, 어린 동생이 나이 많은 남자에게 팔려가듯 시집가는 걸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 모든 일들 중 어느 하나 자인의 선택은 없었다. 그런 자인이 스스로 했던 생애 첫 선택이 낳아준 부모를 고소하는 일 이었던 것. 내전이 멈추지 않는 땅에서 도망쳐 별로 달라질 것 없는 위험한 곳에서 살아가는 일이 자인에게도, 그의 부모에게도 결코 녹록치 않았으리라. 자인과 부모님은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무게는 고스란히 그들에게 남아 온 생애를 갉아먹고 있다. “나 외에 나를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이야기 하던 수아드(자인의 어머니)의 얼굴이 계속 떠오른다.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눈부시게 웃었던 자인이 영화 밖에서도 반짝일 수 있기를. 자인과 라힐과 사하르와 레바논의 사람들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예수의 기적이 다시 한 번 일어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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