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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 여성가족부 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환영하며

[입장문]

우리에겐 보편적 가족 정책이 필요하다.

- 여성가족부 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환영하며

     


한국한부모연합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른 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건강가정기본법」 제15조(건강가정기본계획의 수립)에 따라 5년마다 수립되는 것으로 국가의 가족 정책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4월 27일에 발표한 여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가족 다양성을 지향하고, ‘모든’ 가족을 지원하며, 개인을 존중하여 ‘평등한’ 가족 관계를 구현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 등장하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현실로 인정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시키겠다는 여성가족부의 결정은 기존의 가족 담론의 한계를 정부 부처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새로운 가족 담론의 시작으로 보아 환영할 만하다.

     


여가부는 부양육자(자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지 않은 양육자)의 양육비 이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이를 어겼을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로써 양육비를 얻기 위해 개개인이 법적 싸움을 지속해야 했던 한부모가족이 그 어려움을 공적으로 해결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주양육자 일방에 맡겨진 것이 아니라 주양육자와 부양육자 공동에 책임이 있다는 원칙을 정부 부처가 밝힌 것으로 매우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면 여가부의 가족정책은 여전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첫째, 여가부는 가족 정책상의 ‘다양한 가족’을 여전히 ‘건강한 가정’의 잔여 개념으로 상정하고 있다. 여가부는 이를 경계하며,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겠다고 선언하였지만, 4차 기본계획의 지원 정책은 여전히 한부모가족·다문화가족·청소년미혼부·모 등으로 ‘돌봄 취약계층’을 지정하여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특정 가족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비록 그 의도는 선할지 몰라도, ‘지원 받는 가족’과 ‘지원 받지 않는 가족’으로 이분화하며 특정 가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 또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잔여 범주를 재생산한다. 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에 다루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가족 다양성을 포용하는 국가를 지향한다면 더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본다. 

     


 둘째,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유예하고 있다. 이번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미혼부가 양육하는 아동의 출생신고가 누락되지 않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행 출생신고를 확대하는 것에 그친 것은 또 다시 아동 인권 보장을 ‘나중으로’ 미뤄두는 조치다. 국제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태어나자마자 이름과 국적을 가지고,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2019년 우리나라의 법무부마저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자택 출산 또는 미/비혼모가 의료 기관에서 출산을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 탓에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을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여가부의 발표는 매우 실망스럽다. 이는 출생 신고가 누락된 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아동을 그대로 두겠다는 뜻이다. 부모의 적극적인 행위(주민센터에 가서 출생을 신고하는 것) 없이 모든 아동은 그 즉시 국가의 공적 체계 하에 등록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존재로서 권리를 가져야 한다.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당장 도입하지 않고 현행 출생신고제를 보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경제 규모에도 맞지 않는 후진적 제도이다.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 추진에 대한 여가부의 강한 의지를 확인하고 싶다.   

     


 셋째, 여성가족부는 가정폭력․아동학대 사건 출동ㆍ대응을 위한 협업 체계 구축하겠다고 말하며, 아동학대사건은 아동권리보장원(보건복지부 소관)에서, 가정폭력방지 대책은 여성폭력방지위원회(여성가족부 소관)에서, 각각 이행상황을 점검․평가․환류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사례를 추적하는 것은 건설적인 해결 방법이지만, 피해대상을 구분하여 소관부처를 나누어 대처하는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이는 복합적인 가정 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비단 가정 내 폭력/학대 상황을 해결하려는 정책뿐 아니라, 모든 정책에 있어 정책 대상을 나누는 것은 행정 편의적인 접근이며,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들 뿐이다.

     


 그간 한국한부모연합이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을 주장했던 이유는 특정 가정 앞에 ‘건강한’ 혹은 ‘위기’, ‘취약한’ 등의 수식어를 붙이지 않길 바랐던 것이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이 조금 더 확대되는 것만으로는 빈곤의 대물림, 사회적 낙인감 해소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 향후 5년 간 가족 정책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여성가족부의 건강가정기본계획이 이토록 제한적인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과 함께 개인을 존중하며, 개인으로부터 출발하는 가족 담론에 대한 논의를 여성가족부가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2021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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