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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사유리 어려운 이유, 비혼 출산 이후 ‘비혼 양육’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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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2-24 11:01 조회1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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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 씨의 ‘비혼 출산’으로 이른바 ‘낳을 권리’가 재조명됐다.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여성들의 ‘낳지 않을 권리’와는, 여성의 재생산권 측면에서 동전의 양면이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다소 달랐다. 정부의 낙태죄 존치 개정안만 바라보던 집권 여당은 당장 비혼 출산이 가능토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가부장제에 금이 갔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의문은 남는다. 시험관 시술에 대한 제약이 없어진다고 해서 ‘제2의 사유리’가 나올 수 있을까. 비혼 출산 이후 ‘비혼 양육’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지난 20일 만난 한국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은 “여성의 출산 가능성을 넓히는 것으로 이번 논의가 끝나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인스타그램
혼자 아이 키우는 여성의 현실

“낳을 권리가 모든 여성에게 똑같이 보장될까?” 오 사무국장은 먼저 물었다. “비혼 출산은 저출생 문제 때문에 쉽게 허용되겠지만, 과연 저소득 여성의 비혼 출산도 장려될지는 의문이다. 사유리 씨조차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지 않나” 한부모가족에서 ‘계급’ 문제가 심각하다고 오 사무국장은 강조했다. “대다수 한부모가족의 여성 가장은 젠더 불평등에 계급 격차가 더해져 힘들어하고 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은 노동과 돌봄, 두 가지 어려움을 동시에 맞닥뜨린다. 한국한부모연합에서 지난 12일 발표한 ‘한부모여성가장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가장이 된 시점에 경력 없음과 경력단절, 돌봄 책임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렵다. 특히 일과 돌봄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향 취업할 수밖에 없다. 여성 가장들이 비정규직과 낮은 지위에 집중돼 빈곤층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부모가족의 절반가량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한부모여성가장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체 미혼자녀 포함 가구 중 한부모가구는 18.4%(약 153만 가구)를 차지한다. 18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족은 약 40만 가구로, 이중 기초수급가구는 42.7%며, 한부모가족법에 따라 지원을 받는 법정 한부모가구는 44.5%다. 미성년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여성가구는 10명 중 7명 가까이(66.2%)다.

한국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
한국한부모연합 오진방 사무국장ⓒ한국한부모연합
“가장 문제는 일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양육을 위한) 돌봄 노동을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의 차이는 엄청나다. 한부모가족은 관계가 단절된 이들이 많다. 특히 미혼모들은 친정 부모와도 단절돼 부모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건 그림의 떡이다. 취업하러 가면 ‘남편 뭐하냐’, ‘아이 아프면 누가 봐주냐’부터 묻는다. 한부모가족은 처음부터 실격 사유가 된다”

지원정책은 부실하기만 하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르면, 중위소득 60% 이하(2인 가구 기준 179만 원)의 저소득층이어야만 법정 한부모가족 지위를 얻고, 중위소득 52% 이하(155만 원)여야 지원받을 수 있다. “소득이 156만 되도 수급을 받지 못한다. 계속 가난해야 지원받을 수 있다. 수급선에 들어가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 현재 지원대상 가구가 18만 정도인데, 전체 한부모가족 중 15%만이 지원받고 있다. 사각지대도 넓다”

낳아도 죄인, 안 낳아도 죄인

‘낙태’는 죄라고 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엄마가 된 여성들은 여전히 아이에게 ‘죄인’으로 살고 있다. 가난에 쫓기는 한부모 여성들은 돌봄 책임을 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 사무국장은 아동학대 사건마다 ‘엄마 탓’만 한다고 지적했다. “왜 아빠도 부모로서 책임이 있지 않나. 사회는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나.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모든 게 여성의 문제고 책임이다”

여성은 아이를 낳아도, 낳지 않아도 ‘이기적’이라고 비난받는다. 임신중지 시술을 받은 여성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태아의 생명을 저버린 이기적인 여자다. 혼자 아이를 낳은 여성은 아기 입장은 생각도 않고 아빠 없는 아기를 낳은 이기적인 여자다. 사유리 씨 역시 지난 20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다큐멘터리 엄마, 사유리’를 통해 ‘이기적’이라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을 표했다. 오 사무국장은 “결국 여자는 맘대로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튜브 채널 ‘사유리TV’ 영상 갈무리.
유튜브 채널 ‘사유리TV’ 영상 갈무리.ⓒ유튜브
‘제2의 사유리’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 오 사무국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혼자 아이를 키운 지 20년 가까이 됐는데, 처음 내가 겪었던 고충과 요새 20대 한부모가족의 고충이 같더라. ‘남편 어딨냐, 아빠 어딨냐’는 질문이 평생 따라다닌다. 여성이 남성에 의존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여전하다. 아빠가 중요하지 않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비혼 출산이 장려돼도 비혼모들은 순간순간 어려울 수밖에 없다”

“OECD 평균 혼외 출산율이 40.7%인데, 우린 2.2%에 불과하다. 남편 없는 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 2020년까지 한부모 여성들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회는 남편 없는 여자들이 지지리 궁상을 떨어야 만족하나 싶다. 다만 가난하다고 해서 불쌍하고 부정적으로 이미지화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없는 살림에 열심히 키우는데 혀부터 차는 시선 때문에 더 힘들다”

“한부모가족에게 ‘사회권’을 보장하라”

한부모가족시설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오 사무국장은 말했다. “여성가족부에서 지난 16일 시설입소 기간을 늘리겠다고 하더라. 중요한 건 기간 연장이 아니라 빨리 퇴소해서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설은 답이 될 수 없다. 정부 정책은 시설 위주라서 한부모가족 지원 예산 중 시설 운영비가 차지하는 몫도 크다. 전국에 시설이 124개가량 있는데, 입소율이 절반도 안 된다”

한국한부모연합 팟캐스트  를 녹음하는 오진방 사무국장
한국한부모연합 팟캐스트 를 녹음하는 오진방 사무국장ⓒ한국한부모연합

오 사무국장은 한부모가족의 ‘사회권’을 말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돌봄, 노동, 건강, 주거 등에 관한 전반적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코로나 이후 선별복지에 한계가 왔다. 노동 활성화를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는 구조도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낙인 없는 보편복지로 가는 것이 맞다. 가장 시급한 것은 소득이다. 중위소득 100%까지 한부모가족 지원을 해야 한다. 아이들이 계급을 학습하지 않도록 낙인 없는 돌봄도 중요하다”

가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의 토대가 되는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혼인·혈연·입양 관계로 가족을 한정하고, 가족해체를 예방한다는 등 정상 가족 중심의 조항을 바꿔야 한다. 결혼해야 완성된 사람, 혼자 살면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 법이 맞물려 차별이 발생한다. 건강가정기본법을 토대로 여러 지원정책이 만들어지고 지원센터가 운영되는 만큼 빨리 개정돼야 한다”

오 사무국장은 한부모가족으로서 사유리 씨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이 고비일 텐데, 이번처럼 현명하게 극복해줘서 많은 사람의 모델이 돼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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